길을나서다

영월, 정암사, 사북, 고한

soeasy 2014. 9. 15. 11:40

정말 다 잊어버리기 전에 가야 할텐데...  제 신발은 곰팡이 안 피도록 00가 가끔 사용 해 주고 있다는 소문이 있으니 안심(?)하고 ...

가을이 시작되자마자 주말마다 약속이 중중중~ 첩첩입니다. 여행, 여행, 여행....
8월말, 다른 동호회의 행사 때문에 자료조사차 안동을 다녀 온 후 계속 휴유증(?) 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8월 마지막주 안동의 퇴계종택과 이육사의 고향마을에서 하루를 보내고 돌아오니, 9월 첫주 벌초때문에 다시 나갈 일이 생겼고, 둘째주엔 추석인데도 눈치보면서 대구 인근을 한바퀴 돌고왔습니다.

세째주엔 잠깐 쉬고(국궁장에서 놀았습니다.) 겨우 마음을 추스리려니, 다시 강원도 정선으로 5일간의 출장. 강원도에서는 영월의 단종 유적지와 동강 어라연, 사북의 탄광마을과 정선과 고한을 거쳐 태백을 잇는 길을 따라 정암사와 함백산을 다녀 왔습니다. 시간이 없어 중간중간 비는 시간에 다녀왔던터라, 느긋한 마음으로 여행의 기억을 새겨넣고 감정을 이입시킬 수는 없었지만, 몇년만의 강원도 여행이 주는 행복감은 다녀온지 몇일이 지난 지금도 자꾸만 마음을 설레게 합니다.
 
강원도 사진 몇장 붙입니다.  ^^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으로 등록된 장릉(단종능) 입니다.
 
영월은 12세의 어린나이에 왕위에 올랐다가 숙부에 의해 폐위되고, 자신을 지키고자 했던 충신들의 피끓는 이야기와
홀로 청령포에 유배되었다 살해된 어린 단종의 애닳픈 이야기가 교차하는 곳입니다.  그레서인지 이곳 영월 사람들에게 단종은, 수백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애틋함으로 표현되는 곳이기도 합니다
 

 


 
사북에서 고한을 지나 태백으로 넘어가려면 함백산을 지나야 합니다. 함백산은 백두대간의 줄기에 있는 산으로 능선을 따라 양쪽으로 넓은 평원이 펼쳐져 동쪽으로 동해, 서쪽으로 첩첩 이어지는 산들이 그림처럼 펼쳐지는 곳입니다. 


그 언덕 꼭대이에 백두대간의 들꽃과 함께 걷는 길이 조성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 길의 바로 아래부터 사북까지 긴 길을 따라 80년대초까지 광부들의 숙소가 타다 남은 성냥갑 마냥 따닥따닥 붙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의 수많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소설로, 영화로 만들어진 곳이기도 합니다.
 

 

 


 
함백산 바로 밑 자락에 만들어진지 1500년쯤 된 '정암사'라는 사찰이 있습니다. 우리나라에 몇개 없는 '전탑'이 있기도 하거니와(보물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탑을 이루는 몸체가 인도에서 가져온 수(水)마노석(石)으로 되어 있고 탑의 몸체엔 석가모니의 진신사리가 든 곳이어서 법당에 부처님이 없는 절이기도 합니다.
 
가장 거친 광산 중하나였던 고한탄광 바로 앞에 위치한 이 사찰은 60년대를 거쳐 80년대, 광산이 폐광 될때까지 전국에서 흘러온 삶들이 안식을 구하던 마지막 보루 같은 곳이었다 합니다.
 


 
사북읍내의 동원탄좌 본사 자리엔 아직 수직갱과 그때 사용하던 장비들이 남아 있습니다. 바로 뒤에 보이는 화려한 카지노 호텔의 불빛에 비하지 못할 정도로 낡고 흐리지만, 카지노와 리조트를 오가는 차들을 바라보는 길가에서 인생의 마지막처럼 다다른 곳에서도 희망을 품고 살았던 사람들을 기억하며 환하게 빛나고 있습니다.
 
이제 쉬어야 하는데...
 
연휴를 그냥 보내면 미쳐날뛸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주변이 숨어 있었던 건지, 이번 주말의 연휴동안 강원도 양양과 강릉을 잇는 폐사지를 둘러보는 계획을 하고 있던 중 서울에서 죽자살자(^^;) 열심히 살고 있는 후배들의 전화번호가 몇년만에  제 전화기에 찍히더군요. 10년전 어느 가을날, 떼거리로 떠났던 길을 다시 가 보고 싶다고 말이죠. 그래서 부랴부랴 다시 코스를 짜고 있습니다.
 
여승들의 맑은 독경소리가 울리던 새벽의 운문사 예불에도 참석해 보고싶다하고, 경주의 고즈늑한 폐사지를 붉게 물들이며 떨어지는  저녁노을, 감은사의 푸른밤, 가슴의 맺힌 먼지를 한번에 날려버릴만큼 거세던 동해의 짙은 청색바람과 바다, 단풍이 눈부시게 예뻤던 부석사도 다시 보고싶다 합니다. 

 
하여간... 알겠다고 .. 했습니다만 .. 다녀오면 코피 흘리게 생겼습니다. 
 

 


 
가을 부석사는 정말 꿈에서도 나올 정도로 예쁩니다.(단, 사람 없을때만.. ^^;)  사진은 인터넷에서 가져온 것입니다.
 
이번 연휴 지나면, 다음 주엔 회사 야유회 가야하고, 그 다음주엔 다시 안동에서 1박 2일의 여행이 잡혀있습니다. 가을이 이렇게 잘 가면 어떻게하죠. 이제 겨우 90일 남짓 남았는데...

 

 

-2011.09.27